1995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발을 디딘 지 20여 년, 인생의 가장 빛나고 소중한 시간들을 이 땅에서 만들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가장 가까이, 저희 곁에서 어려울 때나 기쁠 때나 함께 해주신 이는 고려인 동포들이었습니다. 여기 와서 처음 만난 이도, 함경도식 김치, 된장, 두부를 들고 집으로 찾아와준 이도 그들이었습니다. 가본 적 없는 선조들의 고향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저희를 따스히 대해 준 이들이었습니다.
한데 어울려 살며 자연스레, 우리 동포들이 카작 땅에서 정착하고 살아가게 된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1937년 원동으로부터의 강제이주 후, 이주 1세대들이 중앙아 지역에서 생존을 위해 애쓰신 시간들을 기억하고 기록하며, 또 자손들이 당당하게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모습들을 알리고 싶어졌습니다.
그간 더불어온 시간들을 남기고, 또 앞으로 그들이 원하고 바라는 무언가를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본 연구소를 2014년 9월, 알마티 시 한가운데에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은 유라시아고려인연구소에 동포 여러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한민족 공동체 일원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으로 시작된 우리 연구소가, 중앙아시아 동포사회를 더 깊고 넓게 이해하는, 또 그들과 소통하는 통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역사의 굴곡 속에서 당당히 서있는 우리 고려인 동포들을 모쪼록 외면하시지 마시고 한핏줄로서 보듬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본 연구소는 이 땅에 무수한 역경들을 이겨내고 단단히 뿌리를 내려 당당히 살아가고 계신 한민족 디아스포라 동포들과 늘 함께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15년 3월 알마티에서
유라시아고려인연구소 소장 이현경